170826 김경수 곽선영 이규형

 

 

 

 


-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야.


우진은 방아쇠를 분명 당겼다.
화약냄새도 가득했는데, 걸어오는 사내를 보았고.

 

 

총은 실제로 발사되었는데
사내에게 그 어떤 상처도 입히지 않았던 게 아닐까.

 

 

무언가 결심한 사람처럼 총구를 입안으로 밀어 넣고,
숨을 몰아쉬다가 킥킥거리며 웃는 사내는 정말로 인간 이상의 관념 그 자체구나, 싶었다.

 


교활하고 악랄하다는 가사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가 우진의 눈앞에서 (아마도 결말로 추정되는 것을 들고) 태워버리며
세상에 없을 이 결말이 필요하냐고 묻듯 '줘?'하고 묻고.

이 일이 있고 난 뒤에 그에게서 도망치려 했고, 대본을 다 불태워버렸는데.

 

 

 

- 뭐야 너?
- 친구, 그 이상?

 

 


낮공에도, 밤공에도 (가사아님)
우진은 초조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어쩌면 사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침착했다.
날이 서 있지만 다정한 목소리여서 비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그 개념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아 보였던 사내.

 

 

 

- 모든 게 그의 대본대로 되고 있어.

 

 


심덕과 우진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후, 뒤돌아 웃고
'나 노래해 윤심덕이. 고국무대에서.' 입으로 복기하는 사내.

 

이 부분이 유독 사내가 쓴 사의찬미의 대본이 분명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는 부분 같다.

 

 


- 이제 곧 우리 차례야.


그가 죽지 않음을 이미 눈 앞에서 확인했고,
방아쇠가 당겨지는 게 그 어떤 의미도 없음을 알게 되어서.
우진이 더 겁을 먹는 게 아닐까.

 

'공동의 작가지. 너도, 나도, 독단적으로 만들 수 없어.'

사내의 말처럼 독단적으로 누구 혼자서 이끌어나가는 이야기가 아닌
심덕이 있어야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야기의 결말.

 

 

혼자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아서 우진은 배에 승선후 끊임없이 심덕을 설득하는 것 같다.

새로운 결말을 쓰기 위해 펜을 다시 드는 우진이 보여주는 생명력.

 

 

 

 


*

 

 


가녀린 영혼들은 절망에 세뇌당해
블쌍한 영혼들은 죽음을 찬미하네

 

 


저 가사 자체가 '사의찬미'를 부른 심덕 이야기였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사내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에 우진이 부르는 '그가 오고 있어'가 처음으로 다르게 들렸다.
(글루미부터 봤는데 왜 이제서야..)

 


비극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어.

 


심덕이 찰나에 살기 원한다는 말을 듣고, 사내의 계획이 명확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은 어둠 속일수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니까.

 


심덕에게 절망의 시간을, 지옥을 오래도록 경험하게 해서 우진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한 건 아니었을까 했을 정도로.


그리고, 저 말은 사실 사내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
심덕이라는 히로인을 잃은 건 사내에게도 비극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

 

 


김수산, 윤수선

 


우진이 사내가 만들어놓은 대본대로 살지 않기 위해,
그에게 맞서기 위해 '그만해 제발'하고 흐느끼면서 총을 집어 드는 우진을 보면서.

 

사내가 쓴 대본 속 인물들의 이름이 우진과 심덕, 이라고 쓰여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어제 공연을 보며 잠시 했었다.

 

 

우진이 고쳐 쓴 대본엔 수산과 수선이 있었고.

 

그 결말을 사내가 모두 다 봤다고 생각해서
모든 걸 다 뒤집듯 결말에 남자와 여자라고 쓴 것도 같았고.

 


*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러 왔나.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진, 조선남자였던 우진에게
먼저 손 내미는 심덕을 보고 있으면 묘한 쾌감이 든다.

시대를 앞서 나갔던, 누구보다 당당했던 사람.

 

신분과 성별을 막론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 우진의 앞에 서 있었던 사람.
그런 심덕이 느꼈을 절망감이 우진을 마주한 심덕에게서 느껴졌다.

 

1926년에도, 그리고 2017년에도 이 세상에 아무도 오해하지 않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심덕이 부른 노래를 극의 이름으로 줬지만,
단 한 번도 이야기 전면에 나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못하는 심덕.

그녀가 하는 것이 '선택'뿐이라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

 

 

 


-

 

 

 

 

 

낮과 밤 온도 차 달랐던 김우진.
덕분에 다른 공연을 본 느낌도 들었다. 물론 낮 밤 둘다 너무 좋았고.

낮공은 정석대로, 밤공은 하고 싶은 디테일 다 집어넣으면서도 과하지 않았던 뀨사내도 좋았고,
지휘하다가 '그리고 사라져라' 하는 부분에서 허공을 가르는 뀨사내의 지휘 봐야하는데ㅠㅠ

치명적이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그리고 사의 찬미때 너무나 안쓰러웠지만 멋있어서(?) 소름 돋게 했던 꽉심덕.

 


​​




170813 밤 정문성 안유진 정민


사내


계속 시간을 확인하는 우진과 대비되게 여유로운 사내.

우진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 만큼 치밀했는데,
1918년 가을, 1921년 가을, 1923년 여름, 1924년 봄을 거듭 지나온 사내 자체의 생은 권태로워 보였다.

가장 긴장감 넘쳐야 할 넘버에서 길게 끌어가면서 오히려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인외의 존재구나, 하고 생각하게 했던 부분이 여기였던 것 같다.
시대이고, 사상이었고, 그리고 인간의 어두운 면 같았던 사내.



우진

그가 오고 있어, 에서는 완벽하게 자신의 손을 제어하지 못하고 심덕의 목을 졸랐다.
마치,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야 에서 사내가 그러했듯.
자신이 느꼈던 공포를 오롯이 전달하려는 것 같기도 했고.

우진이 자신의 손이 써 내려가는 것들을 보며 놀라는 것을 보며
우진이 사내인가, 아니면 시대의 염세에 물든 거에 대한 표현인가 하고 고민했다.


- 저 바다에 쓴다

새로운 세계와 삶을 꿈꾸었으나 그것이 어떤 인물에 의해 단순한 희곡 그 자체임을 알게 된 후,
그동안 알아왔던 것들에 대한 불신과 생 전체를 앗아갈 정도의 죽음에 대한 공포.


심덕을 사랑하기에 자신의 삶처럼 더는 조종당하지 않길 바라기에 했던 선택.

우진이 그의 모습을 배 위에서 심덕과 같이 목격하게 되고 나서야,
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안심하는 것 같았고.




심덕

우진이 공포에 사로잡혀 결말을 쓰는 모습을 보며 우는 심덕때문에 나 역시 눈물을 흘렸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사랑, 그리고 사람.
심덕에게 우진은 그런 사람이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자신이 했던 선택을 후회하는 것도 같았고, 그리고 우진이 불쌍하고 안쓰러워 우는 것 같기도 했고.
​왜 저런 똥차를 선택해요, 언니.


그가 명운이 아닌, 사내라는 존재임을 알게 되고 나서 공포에 떨면서도
자신 생의 선택을 위해 우진과의 희곡에 대한 결말을 묻고.

명운에게, 우진에게 먼저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걸 보면
조선의 고루한 사고방식을 탈피한 신여성 그 자체인데
마지막 대사인 '여자이고 싶어' 그 한마디가 정말 아쉽다.


170812 김경수 곽선영 이규형



- ​내가 전체적인 틀을 잡아줄게. 넌 그 안에서 네 능력을 발휘해.




​​'너에 대해 알아내는 건 일도 아냐. 네 머릿속 생각까지도 읽고 있으니까.'



사내의 제안에서 우진이 자신이 할 얘기를 명운이 꺼내니 계속 놀라는 걸 보니 저 대사가 떠올랐다.
처음부터 이미 치밀하게 준비되어있던 사내의 계획.


시작과 끝은 사내가 정했고,
그 안의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사내에게 '단순한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도쿄 찬가에서 '스타'라는 대사를 따라 적고 있는 우진.


심덕의 말대로 우진이 경험한 것들만 기록 했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초석을 깔아두는 것처럼.
우진과 심덕이 만나는 과정을 우진 스스로가 대본에 적어 옮기는 것 같았다.


'나 노래해, 윤심덕이, 고국 무대에서!'



심덕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사내.
모든 건 그의 짜인 각본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공동의 작가지. 너도, 나도, 독단적으로 만들 수 없어.'



그 둘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향하지 않으리라는 건 사내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둘이어서 사내가 원하던 완벽한 결말로 가지 않았지만.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야 - 그가 사라진 이후 - 저 바다에 쓴다


그 관계를 끊어내고 싶은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함께하던 작업,
그것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던 우진.

그런 우진에게 보란 듯이 심덕과의 관계를 유지해 1921년에서 1926년까지 그를 옭아매는 사내.

파트너의 관계는 끝나고,
이제는 정말 사내가 움직이는 인형처럼 오랜 시간 조종당하고.


그가 정한대로 흘러가게 두면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지만 그의 직감은 알고 있었다.

종이를 총처럼 겨누는 사내를 보며 떨고 있는 우진은,
자신이 쥐고 있던 총보다 사내가 가진 종이의 힘이 더 강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다시, 다시, 하고 되뇌며 결말을 쓰기 시작하는 우진을 보며
내가 덩달아 절망에 휩싸이는 기분이었다.

우진이 느끼는 절망과 두려움이 내가 전달되면서,
이미 수백 번 시도했을 사내로부터의 탈출, 그 과정이 생략된 이 이야기가
오히려 더 내 상상력 속에서 탄탄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늘은 사실 심덕과 함께 이태리로 떠나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심덕에게 애정을 쏟는 게 느껴졌다.
뀨사내가 돌아온 이후 매주 보고 있는데, 특히 오늘은 더.

사내가 흘리는 눈물이 생경한 그 어떤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죽음의 비밀rep의 눈물이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사내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끝까지 알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170805 사의찬미 밤 정문성 곽선영 이규형

 

 

 


- 그를 만났어?

 


조심스럽게 묻던 심덕의 목소리.

그가 오고 있어, 에서는 우진의 신경쇠약과 망상 때문에 괴롭기만 해 보였는데,
앞으로 사내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우진과 함께 하는 것, 이라는 선택지도 있었음을 알게 되던 심덕의 마음이 느껴졌다.


허벅지를 찌르며 마지막 결말을 쓰는 우진
그런 우진을 지켜보며 우는 심덕.

두 사람의 절망, 공포의 끝에서 서로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도쿄찬가에서 서로에게 사랑에 빠져, 눈을 떼지 못하던 우진과 심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빛나던 우진이 망가져 버린 게 고통스러웠던 심덕과

살기를 원하지만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게,
자신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게 괴로운 우진.

 

 

 

*

 

 


우진과 명운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고,
시대 정신을 이끄는 작품을 쓰는 '파트너' 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향하고 있었다.

 

 

- 사상은 언어란 매개를 취하지.
그 언어가 문학의 형식을 취할 때, 그것이 일정한 심리적 계합을 이루고,
그것으로서 그 사람의 사상을 구체화시킬 수 있어.

 

 


사상이 만들어낸 관념의 실체.

 

오늘 사내가 그러했다.

심야공때는 '사상'이 사내의 계획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우진이 명운이었고, 명운이 우진이었다.

 

결말이 바뀌었을 때, '흐름상?'하고 되묻는 명운은 온도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들의 관계가 급속도로 틀어지면서,
우진과 명운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다.

 

 


- 우진아 왜 그래?
- 네가 날 속였지.
- 명운아, 난 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없어.

- 후회할 거야, 김우진.

 

 

 


그들의 시작이 어떠했든, 우진과 명운이 희곡 작업을 하던 중에 만들어진 존재가 사내 같았다.

 

명운아, 하고 부르던 우진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명운은 사내가 되었다.
계속 사내로 살아왔던 게 아니라, 우진에 의해 각성한 것 처럼.

그는 바뀐 결말과 함께 사라지고 사내가 되었다.


그가 오고 있어, 에서 죽음의 비밀의 사내와 같은 디테일을 하는 순간.

심덕의 목을 조르며 선미로 몰아내던 그 순간에는
우진이 아니라 사내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진은 명운임이 분명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그를 잘 아니까.
내가 널 잘 알듯이.
난 너희 두 사람을 아주 잘 알아.

 


심덕에게만큼은 명운이려고 했었는데.
그래서 심덕의 질문에도 다정하게 대답해줬었는데.

완벽한 결말에서 그 손을 쳐내던 심덕 때문에.
결국엔 심덕에게도 사내가 되어버리고.

 

 

 

 

*

 

 

 

- 윤심덕을 사랑해...라고 물었어?


우진과 심덕에게 느꼈던 파트너쉽, 혹은 그들의 관계 설정은

사실 자신의 텅 빈 내면에 채워 넣고 싶었던 감정들인 것도 같았고, 그 둘을 부러워했던 것도 같고.


오늘의 사내는 심덕을 정말 사랑했던 것 같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존재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사내의 선물.
비극적인, 그러나 영원히 기억에 남는 죽음.


아주 조금 남아있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그의 눈물을 흐르게 하는 것도 같았고.
목적을 이룬 후 흘리는 눈물 같기도 했다.


사내로서 선물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들에게 선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물새 넘버가 편곡되면서 극의 클라이막스를 물새-우관여 로 바꿨다고 후기에 쓴 적이 있었는데.


오늘 공연은 그가 오고 있어, 부터 모두 다 극의 클라이막스 같았다.

단 한 순간도, 공기의 흐름까지도 모두 버릴 수가 없었다.

담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발로 밟아 끄던 문우진.
완벽한 결말에서 공포에 떨면서도 자신이 선택할 결말을 위해 원래 결말을 묻던 꽉심덕.


도쿄찬가 B에서 '이 도시는 날 사랑에 빠뜨려'에서 우진과 심덕이 존재하던 공간의 공기.
'나 노래해. 윤심덕이, 고국 무대에서' 하고 당당하게, 그런데 물기 가득한 목소리였던 꽉심덕.

 

쓸모없어 버려진 헌식짝이라는 가사만으로도 내 멘탈을 털고,
심덕을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세우던 뀨사내.

눈물을 닦으면서 갸우뚱하며 들어가던 뀨사내.


좋았던 것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그리고 왜 문꽉뀨가 이제 없는 걸까..

 

 



170729 밤 김경수 안유진 이규형 





날개가 찢긴 한 마리 물새 

그 어디로도 갈 곳 없어 

망망한 바다 물새 한 마리 





편곡도 좋았는데, 

그 편곡이 인물관계를 넘어서서 극의 클라이맥스까지 바꾸는 것 같았다. 


글루미콘 버전이다! 하고 내적으로 신나고 있었는데 

사내 목소리 들리는 순간 삼중창이라니.. 하고 자리에서 튀어 오를 뻔했다. 



물새 삼중창부터 우관여까지 이어지던 그 긴장감.



15년 사의찬미까지는 물새 넘버의 경우 

각각 인물의 감정을 서술하는 넘버 같은 느낌이었다. 



1921년 우진의 가족과 일본인 애인까지 알게 된 심덕은 

고국 순회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게 된 상황이라 

'찢겨진 날개 펼치지 못해' 라는 가사가 그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고. 


1926년 투신 3시간 전의 우진은 

그에게서 벗어나서 살기를 원했으나 

자신의 집까지 배달된 사의찬미 대본 때문에 자신 생의 마지막을 알게 되었고. 

사내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에 '갈 수 있을까'하고 되묻고. 



1921년의 심덕과 1926년의 우진이 심리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궁지에 몰리는 넘버였는데 


사내의 목소리가 같이 들려오면서 '망망한 바다' 하고 

길게 끄는 그 합창에 전율이 일었다. 



두 사람이 약해진 틈을 타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두 사람의 삶을 뒤흔드는 존재. 


사내는 인간이기도 하고, 인간을 초월한 존재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둘의 머릿속을, 심리를 꿰뚫는 건 분명 일도 아니었을 테고. 


삼중창은 두 사람의 생을 사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거라고 완벽하게 믿게 만들었다.


이제는 - 으로 시작하는 가사는 1921년과 1926년 모두에 부합될 수 있는 느낌이었다.


1921년에는 우진이 바꾼 결말 때문에 이를 갈고 있는 것 같았고, 

1926년에는 앞으로 다가올, 사내 자신이 만든 그 결말을 손꼽아 기다린 것 같았다. 



바뀐 편곡은 우진과 사내 둘의 갈등을 쌓아두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관여때 둘의 감정싸움이 더 팽팽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종이를 총처럼 우진에게 겨누는 걸 보고 '헉'하고 놀랄 뻔했다. 



자신의 눈앞에 버젓이 존재하는 우진을 단순히 희곡에 나오는 캐릭터 취급을 하는 것 같았다. 

 

총이 진짜로 작동하는 총이었는데, 

우진의 뜻대로 되게 하지 않겠다는 느낌으로 총을 입에 넣었고.


그 인물을, 그 이야기를 언제든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듯이 종이에 불을 붙이고. 

그걸로 담배를 피우고, 또 그 담배를 우진에게 물려주고. 







죽음의 비밀rep 



사내가 마지막에 들어가기 전 웃는 건 두 사람의 선택이 흥미롭기도 하고, 

이제 이태리로 곧 떠날 사람처럼, 둘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 같았는데. 


사내의 눈물은 도대체 뭐였을까. 

그 둘의 죽음일지도 모르는 그 결말이 기뻤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걸까. 

이충주 안유진 이규형 





내 숨결과 내 피로.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삶. 




이때부터 이미 우진이에게 비극적인 결말은 예정되어 있었어. 


희곡 속의 인물로서 얻은 새로운 세계, 그 안에서의 삶. 


사내에게는 재미있는 장난감인 우진이 자기 손에 들어왔기 때문에 잠깐의 세상이 달라졌고, 


우진이는 삶의 방향을 바꾼 사내를 만나게 되었기에 세상이 달라졌지. 






- 그 사내 손에 죽어 

- 비련의 여주인공 

- 그렇지 

- 나쁘지 않네 




사내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어. 

1차 팀의 경우는 흥미로워 한다든가, 뒷모습이라던가 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뀨사내의 표정은 낙담한 것도 같았고, 흥미+신기 같기도 했고. 



넌 이폴리타야, 죽음의 승리. 


여기서 오늘 극의 결말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 

그들 스스로가 택한 죽음이 사내에게 있어서는 패배였다는 걸.





*





유서 


유서 시작 전에 뜸을 많이 들이고 들어가는구나. 

자기 쓸 만큼 쓰고 회상하듯 유서를 써서 특이하네, 하고 있었는데 

목소리 처음 딱 듣고 놀랐어. 

나는 충우진 오늘 처음 본 거였는데, 생각했던 목소리가 아니었음. 



이 세상엔 없는 곳 


언제쯤 여기서 심덕이가 우진이를 다시 믿게 되는 그 순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재연 때부터 종종 하는데. 


오늘 문득, 오로지 심덕만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라서 

극이 흘러가야만 심덕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넘버겠구나 싶어짐. 



사내의 제안 


완전 관심 없는 척하고 있다가 창의적인 사고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내의 말에 감화되는 우진이의 표정이 한결같이 o0o 상태이긴 했지만. 



도쿄찬가 


그림자 놀이 할 때 뀨 랩하는 줄. 


안녕하시오 다음에 뀨의 '이 무슨 짓이오' 에 터짐.


사내가 삐루 사러가고 둘이 어색하게 서있으려니까 

안심덕 한숨 쉬는데ㅋㅋㅋ 이러다 땅 꺼지겠어요 


안심덕이 불꽃놀이 구경하고 있는데, 그 뒷모습을 보는 우진이는. 

이미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빛이더라. 


- 날 사랑하긴 했어? 

-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가 생각났어. 우진이는 분명 심덕을 사랑해서 갖고 싶어 했어ㅠㅠㅠ


수첩에 희곡 내용 쓰는 듯하다가 심덕이 앉으라고 하면서 모자로 수첩덮어놓고. 

키스할 때 모자 떨구고. 

안심덕 동생 생일이 7월 8일이라고 입 삐쭉삐쭉 귀여워. 




그가 오고 있어 


나는 충우진에게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대사를 안 씹고 쭉 해서 우선 깜짝 놀랐고. 


그가 연관되어있다고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넌 왜 몰라 윤심덕!!!' 하는 것 같았음 


크가! 오고 있어 (소곤소곤) 하는 이거 정말 좋아하는데 충주우진도 하더라ㅠㅠ 


불쌍한 영혼들은~ 부터는 얘가 사내인가 싶을 정도로 희번덕희번덕. 


뀨사내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희곡 쓰는걸 보는데 이 둘은 절대로 못 벗어나겠구나 싶었어. 




난 그런 사랑을 원해 


사레들려서 물 뿜는 디테일은 뭐랄까.. 

뀨가 가진 특유의 개그 노선인 것 같은데. 

웃기긴 하는데 과한 느낌이긴 하다ㅋㅋㅋㅋㅋ 


심덕이가 '뭔소리야' 하니까 사내가 따라 하면서 웃고. 

'우리끼린데 솔직해져도 좋잖아' 하면서 귀에 속삭이는데.. 치명적이었음. 


날 한번 탐미해봐 하면서 조끼 푸르는데 

안심덕이 허벅지를 툭. 


사내는 추가된 대본 내용을 얘기하는데 뒤에서 둘이 꽁냥꽁냥. 

우진이 다리에 살포시 앉아서 담배 입에 물려주고 다시 모른 척 하고.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것도 이미 다 그의 계획이 맞는 것처럼 

사내는 앞에서 다 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우진이는 이것 말고도 지킬 게 많아. 

이해해 우진아. 

우진이 말이 맞아. 


아니 사내가 어쩜 이렇게 얄밉지?

다 이해한다는 듯, 그럴 수도 있지. 하는 표정을 짓는데.. 


-김우진 너만 빠지면 돼. 


어우, 하는 표정을 짓는데 우진이랑 심덕이는 철저하게 조종당한다는 느낌이... 




물새 


물새 넘버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은 정확히 뭘까. 

김우진의 모든 걸 알고 궁지에 몰린 심덕. 

김우진이 떠난 그 후의 삶이 날개가 찢긴 걸까. 


우진이에게 물새 넘버는 사내가 사의찬미 대본을 보내서 자신의 삶이 벗어나지 못한 걸 알게 된 걸까.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야 


인간과 인간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초월한 존재. 


계획과 어긋나니까 감정을 꾹꾹 최대한 억눌러서 말하는 사내가 너무 무섭다. 


결말에 집착하는 이유가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서. 


'현실을 외면하면 안 돼 우진아' 


왜왜? 하고 묻다가 한명운은 없다고 하니까 뒤돌아서 

안면근육운동처럼 입 아- 벌리고 감정 누르는데. 

내가 너무 무서워서 인상 쓰고 봄. 



- 쓰라고. 써. 써 우진아!! 쓰라고!!!!!!!! 

- 시럭!!!!!!! 



충우진 놀래는 타이밍에 나도 같이 놀람. 

김우진!!! 할 때 놀라고, 총먹뀨가 방아쇠 당길 때 또 같이 놀라고.


침 딱 뱉고 돌아서서 '결말은 내가 직접 쓰지' 라고 하고 가는데 

충우진 멘탈 뿌서짐. 나도 덩달아서 뿌서짐. 


음반은 왜 던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가 사라진 이후 


충우진 멘탈 수습하느라 시간 걸려서 곡 늦게 들어가는 게 이해가 갈 정도. 

완벽하게 그에게 조종되고 있는 자신의 삶. 


새로운 세계를 꿈꿨는데 인형처럼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지. 


자기 그림자 보고 놀라야 되는데, 타이밍 맞춰 놀라는 연기하는 느낌이었는데 

선풍기 옆 꾸석에 들어가서 벌벌 떠는 거 보고 놀람. 


'그가 왔어-' '그가 여기 있어' 하고 속삭이는데 

'..약을 구해올게' 라며 한심해 하는 윤심덕 


근데 우진이가 쓴 결말종이 왜 아무거나 주워서 주는 것 같짘ㅋㅋㅋ




완벽한 결말 


그가 어떤 의도로 왔는지, 그가 누구인지 의심하지도 않았어. 


내가 본 안심덕은 우진이를 믿기로 했고, 명운이가 아닌 사내로 그를 생각하기로 했어. 


의도적으로 사내를 피하고, 그를 믿지 못하는 표정을 계속 보여. 


그가 곁에 올 때마다 불안해하고, 어쩔 줄 몰라해. 


언제나 널 구원한 건 나야, 김우진이 아니고. 

내가 네 세상의 전부야. 

어떻게 할래? 


절벽으로 자기를 내모는 사내의 품에 안겨 우는 심덕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놀랐던 건, 사내는 웃으면서 '아무도 널 찾지 않는 곳~' 부분을 부르더라. 

(웃은 건 기억나는데 정확히 가사를 모르겠따...) 



시간이 다가와 


오케 사내 파트에 좀 삑 났는데 이때 빼곤 다 괜찮았던 듯. 

목소리 합이 맞아서 놀람. 

충우진 청소 열심히 하는데 마지막에 의자 밑 종이들 꾸겨서 그냥 서랍속으롴ㅋㅋㅋㅋㅋ




사의 찬미 


할 말이 없다. 안심덕은 그냥 최고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슬 목에 무리 가고 있는 게 느껴지긴 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926년 8월 4일 


윤심덕!!!! 

하고 소리 지르는데, 유일한 탈출구는 우진이였어. 

한명운이 아니었어. 

심덕이 믿고 따르던 그 남자 김우진. 



죽음의 비밀 



씩 웃고 들어가는 뀨사내.


이게 끝이 아니야, 라는 느낌으로 들어가니까 

사의 찬미가 영영 안 끝날 것 같은 여운을 남김.



그는 한명운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누군가의 삶을 비극적으로 만들겠지. 

철저하게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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