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킬미나우

160605 킬미나우 밤공 후기

LUN 2016. 6. 5. 23:18




- 제이크 스터디의 인생을 먼저 생각해도 나쁜 게 아니란 얘기야. 

오빠가 조이 곁에 영원히 있을 수 없어. 

오빠, 난 조이보다 오빠가 더 걱정된다니까? 



극의 초입에 트와일라의 말에 '나는 없어'라고 답하던 제이크가 

이번엔 자신의 인생을 먼저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기에 트와일라 역시 

그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 괜찮아, 괜찮아져.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넌 너무 오래 걱정했으니까. 



이제 조금은 극의 외부자로 바라볼 힘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트와일라의 울음소리에 무너졌다. 

늘 괜찮다고 말할 수 밖에 없던 트와일라에게 제이크가 마지막으로 건네던 말. 



구원, 이라는 단어를 쓰면 비약이겠지만 


트와일라의 짐을 덜어주고,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싶은 제이크의 마음이 느껴졌기에 


내가 맥이 풀려서 울고 말았다. 






- 백조가 되지 않더라도 나는 이 아이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조이가 극이 시작하고 오리에 대해 언급하는 게 '뭘 봐 미운 오리 새끼야' 인 걸 보고선  

저 '백조'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은유를 담고 있는 단어 일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 


춤추는 강의 서문을 읽으면서, 그 고무오리가 자신을 지칭하는 것임을 알게 된 후 

로빈과 책을 읽는 화요일마다 조이는 제이크의 사랑을 느꼈을 거라고. 

그래서 제이크에게 아빠는 훌륭한 작가야, 라고 말하는 거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춤추는 강의 서문에는 조금 면역이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바꿔 말하던 쫑조이 때문에 진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묵음으로 오열하느라 손수건으로 아예 입까지 막았고. 







아름답게 자라지 않아도, 

예쁜 꽃이 되지 않아도, 

세상에 내놓지 못하더라도. 


나는 이 아이를 영원히, 품고, 사랑할 것이다. 



시선이 조이에게 많이 머무는 걸 보며, 

제이크는 조이를 참 많이 사랑하는 아빠구나 싶기도 했고. 

뇌에 영향을 줄 거라고 말하면서도, 끝까지 조이의 앞에서는 '아빠'였고, '아빠'여야만 했고. 


안락사 이야기 할 때 처음으로 울지 못했던 것 같다. 

안락사 이야기를 하는 조이를 정말 충격받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어서, 너무 놀랐다. 

심장이 떨어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의 공유가 무대 밖의 객석에 앉아있는 내게도 오롯이 전달되던 그 느낌. 

분명 트와일라가 존재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둘만의 우주였던 느낌이었다. 





누군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킬미나우는 데미안의 아프락사스가 생각나는데 

오늘 유독 '알이 깨지는' 그 느낌이 강하게 났다. 


형식으로만 묶여있는 가족에게서, 그 고독에게서 벗어나게 될 로빈.

한 번도 집이 있었던 적이 없었지만, 가족을 얻은 라우디. 

이번엔 자신을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버텨줄, 견뎌줄 아군을 얻은 트와일라. 

그리고, 제이크가 만들어준 우주를 벗어나 어른이 될 조이. 결국, 그 세계를 깨고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건 제이크의 병. 

제이크의 죽음이기 때문에. 


각자의 세계가 깨지는 그 마지막은 눈물이 나고, 또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