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120 두산 아트랩 딥 프레젠트
이번 퍼포먼스는 프리프로덕션, 혹은 크리에이티브 단계 같았다.
퍼포먼스라기에는 대학 강의실에서 듣는 강의 같았고, 프로젝트를 위한 발판 같았기 때문이다.
퍼포먼스를 시작하면서
그들을 이루는, 세계를 이루는 '알고리즘'
나 같은 일반인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개념이라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 느낌이지만.
딥러닝, 빅데이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올바른 길이나 정보를 제공한다는 개념은 머릿속에 잡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거고,
스페이스 111이라는 공간 안에서 꼭 이런 프로젝트를 위한 사용을 해야만 했나- 하고 되물었을 테니 말이다.
김지선 작가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자기 PR의 시간을 가진 느낌이었지만
장황하게 설명만 늘어놓지 않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준 부분이 사실 의외였다.
4개의 캐릭터 중 절반만 공개했고, 자신의 앞으로의 프로젝트라던가, 나갈 길은 굉장히 중요하고.
어느 정도는 공개하지 않아야 하는 부분도 있어야 할 건데 있던 것들은 입 밖으로 흘러나오게 되면 형체를 갖추게 된다.
머릿속에는 완성되었으나 아직 형체를 가지지 않은,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이 미디어 퍼포먼스에서 김지선 작가가 부담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
왜냐하면, 텍스트만 봤을 때는 어렵게 느꼈던 것이
프레젠테이션으로 보니 더 가깝고, 확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만들어낸 로봇 3원칙에 대한 토론도 분명 이루어질, 혹은 이루어졌을 것이다.
법칙 속 모순을 찾아내는 존재도 있을 것이고, 그런데도 인간을 지켜야 한다는 존재도 있을 것이다.
그 인간이 무엇이기에 로봇이 지켜야 하는가 에 대한 탐구도 할 수 있을까,
싶다가 그 탐구가 먼저 선행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법칙이라는 걸 알게 되는 그 순간이라는 게 담길까, 하는 기대도 조금 있긴 하다.
공각기동대에서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보 장례식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는데
인공지능이 사유하게 될 존재에 대한 가치부터 생명이 무엇인가, 그리고 또 나아가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모습이 궁금해졌다.
Where do we come from?
Where are we?
Where are we going?
존재에 대한 사유.
죽음에 대한 성찰.
자아를 갖는 존재.
그리고 결국 다시 모든 걸 이타적으로 이해하는 존재.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A.I, 알렉스 프로야스의 I, Robot 을 먼저 떠올렸었는데
이젠 딥프레젠트에 등장하게 될 그들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사진 출처 : 두산 아트 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