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의찬미

170729 사의찬미 밤공 후기

LUN 2017. 7. 30. 00:57



170729 밤 김경수 안유진 이규형 





날개가 찢긴 한 마리 물새 

그 어디로도 갈 곳 없어 

망망한 바다 물새 한 마리 





편곡도 좋았는데, 

그 편곡이 인물관계를 넘어서서 극의 클라이맥스까지 바꾸는 것 같았다. 


글루미콘 버전이다! 하고 내적으로 신나고 있었는데 

사내 목소리 들리는 순간 삼중창이라니.. 하고 자리에서 튀어 오를 뻔했다. 



물새 삼중창부터 우관여까지 이어지던 그 긴장감.



15년 사의찬미까지는 물새 넘버의 경우 

각각 인물의 감정을 서술하는 넘버 같은 느낌이었다. 



1921년 우진의 가족과 일본인 애인까지 알게 된 심덕은 

고국 순회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게 된 상황이라 

'찢겨진 날개 펼치지 못해' 라는 가사가 그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고. 


1926년 투신 3시간 전의 우진은 

그에게서 벗어나서 살기를 원했으나 

자신의 집까지 배달된 사의찬미 대본 때문에 자신 생의 마지막을 알게 되었고. 

사내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에 '갈 수 있을까'하고 되묻고. 



1921년의 심덕과 1926년의 우진이 심리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궁지에 몰리는 넘버였는데 


사내의 목소리가 같이 들려오면서 '망망한 바다' 하고 

길게 끄는 그 합창에 전율이 일었다. 



두 사람이 약해진 틈을 타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두 사람의 삶을 뒤흔드는 존재. 


사내는 인간이기도 하고, 인간을 초월한 존재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둘의 머릿속을, 심리를 꿰뚫는 건 분명 일도 아니었을 테고. 


삼중창은 두 사람의 생을 사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거라고 완벽하게 믿게 만들었다.


이제는 - 으로 시작하는 가사는 1921년과 1926년 모두에 부합될 수 있는 느낌이었다.


1921년에는 우진이 바꾼 결말 때문에 이를 갈고 있는 것 같았고, 

1926년에는 앞으로 다가올, 사내 자신이 만든 그 결말을 손꼽아 기다린 것 같았다. 



바뀐 편곡은 우진과 사내 둘의 갈등을 쌓아두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관여때 둘의 감정싸움이 더 팽팽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종이를 총처럼 우진에게 겨누는 걸 보고 '헉'하고 놀랄 뻔했다. 



자신의 눈앞에 버젓이 존재하는 우진을 단순히 희곡에 나오는 캐릭터 취급을 하는 것 같았다. 

 

총이 진짜로 작동하는 총이었는데, 

우진의 뜻대로 되게 하지 않겠다는 느낌으로 총을 입에 넣었고.


그 인물을, 그 이야기를 언제든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듯이 종이에 불을 붙이고. 

그걸로 담배를 피우고, 또 그 담배를 우진에게 물려주고. 







죽음의 비밀rep 



사내가 마지막에 들어가기 전 웃는 건 두 사람의 선택이 흥미롭기도 하고, 

이제 이태리로 곧 떠날 사람처럼, 둘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 같았는데. 


사내의 눈물은 도대체 뭐였을까. 

그 둘의 죽음일지도 모르는 그 결말이 기뻤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