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805 사의찬미 밤공 후기
170805 사의찬미 밤 정문성 곽선영 이규형
- 그를 만났어?
조심스럽게 묻던 심덕의 목소리.
그가 오고 있어, 에서는 우진의 신경쇠약과 망상 때문에 괴롭기만 해 보였는데,
앞으로 사내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우진과 함께 하는 것, 이라는 선택지도 있었음을 알게 되던 심덕의 마음이 느껴졌다.
허벅지를 찌르며 마지막 결말을 쓰는 우진
그런 우진을 지켜보며 우는 심덕.
두 사람의 절망, 공포의 끝에서 서로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도쿄찬가에서 서로에게 사랑에 빠져, 눈을 떼지 못하던 우진과 심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빛나던 우진이 망가져 버린 게 고통스러웠던 심덕과
살기를 원하지만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게,
자신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게 괴로운 우진.
*
우진과 명운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고,
시대 정신을 이끄는 작품을 쓰는 '파트너' 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향하고 있었다.
- 사상은 언어란 매개를 취하지.
그 언어가 문학의 형식을 취할 때, 그것이 일정한 심리적 계합을 이루고,
그것으로서 그 사람의 사상을 구체화시킬 수 있어.
사상이 만들어낸 관념의 실체.
오늘 사내가 그러했다.
심야공때는 '사상'이 사내의 계획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우진이 명운이었고, 명운이 우진이었다.
결말이 바뀌었을 때, '흐름상?'하고 되묻는 명운은 온도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들의 관계가 급속도로 틀어지면서,
우진과 명운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다.
- 우진아 왜 그래?
- 네가 날 속였지.
- 명운아, 난 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없어.
- 후회할 거야, 김우진.
그들의 시작이 어떠했든, 우진과 명운이 희곡 작업을 하던 중에 만들어진 존재가 사내 같았다.
명운아, 하고 부르던 우진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명운은 사내가 되었다.
계속 사내로 살아왔던 게 아니라, 우진에 의해 각성한 것 처럼.
그는 바뀐 결말과 함께 사라지고 사내가 되었다.
그가 오고 있어, 에서 죽음의 비밀의 사내와 같은 디테일을 하는 순간.
심덕의 목을 조르며 선미로 몰아내던 그 순간에는
우진이 아니라 사내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진은 명운임이 분명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그를 잘 아니까.
내가 널 잘 알듯이.
난 너희 두 사람을 아주 잘 알아.
심덕에게만큼은 명운이려고 했었는데.
그래서 심덕의 질문에도 다정하게 대답해줬었는데.
완벽한 결말에서 그 손을 쳐내던 심덕 때문에.
결국엔 심덕에게도 사내가 되어버리고.
*
- 윤심덕을 사랑해...라고 물었어?
우진과 심덕에게 느꼈던 파트너쉽, 혹은 그들의 관계 설정은
사실 자신의 텅 빈 내면에 채워 넣고 싶었던 감정들인 것도 같았고, 그 둘을 부러워했던 것도 같고.
오늘의 사내는 심덕을 정말 사랑했던 것 같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존재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사내의 선물.
비극적인, 그러나 영원히 기억에 남는 죽음.
아주 조금 남아있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그의 눈물을 흐르게 하는 것도 같았고.
목적을 이룬 후 흘리는 눈물 같기도 했다.
사내로서 선물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들에게 선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물새 넘버가 편곡되면서 극의 클라이막스를 물새-우관여 로 바꿨다고 후기에 쓴 적이 있었는데.
오늘 공연은 그가 오고 있어, 부터 모두 다 극의 클라이막스 같았다.
단 한 순간도, 공기의 흐름까지도 모두 버릴 수가 없었다.
담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발로 밟아 끄던 문우진.
완벽한 결말에서 공포에 떨면서도 자신이 선택할 결말을 위해 원래 결말을 묻던 꽉심덕.
도쿄찬가 B에서 '이 도시는 날 사랑에 빠뜨려'에서 우진과 심덕이 존재하던 공간의 공기.
'나 노래해. 윤심덕이, 고국 무대에서' 하고 당당하게, 그런데 물기 가득한 목소리였던 꽉심덕.
쓸모없어 버려진 헌식짝이라는 가사만으로도 내 멘탈을 털고,
심덕을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세우던 뀨사내.
눈물을 닦으면서 갸우뚱하며 들어가던 뀨사내.
좋았던 것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그리고 왜 문꽉뀨가 이제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