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16 낮 팬레터 후기
171216 낮
아무도 모른다 - 눈물이 나
편지 처음 보내고 나서 히카루가 편지 들고 가면 '선생님' 하고 말하는데
동경과 구원과 설렘 그 언저리에 있는 세훈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하는 디테일 이었던 것 같다.
세훈이 '선생님'하고 부르는 순간마다, 뻗는 손이 닿지 않던 그 순간마다
점점 가슴이 아리는 느낌이었다.
- 모든 풍경은 금빛으로
추억과 감정이 모두 빛나는 걸 이렇게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해진에 쓰다듬어준 손을 다시 생각하듯 자신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보고.
동경과 설렘 그 언저리에 존재하는 세훈의 감정이 잘 보이는 듯.
- 이미 함께 있어, 이렇게
섬세한 팬레터에서 함께 있는 건 해진과 히카루가 아니라,
세훈과 히카루같았다.
처음 왈츠(?)를 시작하면 세훈은 해진과 같은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행복해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점점 변해가고.
세훈의 손에는 원고 뭉치만 남는다.
히카루, 하고 의미 모를 표정만 남는데 이게 극의 결말 같고.
극의 모든 걸 담고 있는 내용 같아서 1막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기가 힘들었다.
- 아니에요
히카루가 아닌 게 아니라,
히카루를 자신이 죽인 게 아니라고 먼저 말해야 하던 세훈이.
그 다정함을, 돌이킬 수 없는 선택 때문에, 그렇게 아파하는 것 같던 세훈.
- 난 아직도 그 한가운데
- 내 사랑이 죽었을 때 내 청춘도 죽었고,
차마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봄을 이제야 보낸다.
오늘 팬레터는 세훈이 여전히 그곳에, 그 봄에, 그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진행 중 이라고 해야 하나.
해진의 편지에서 해진에게 다가가는 세훈의 마지막 걸음이, 곧 닿을 것 같은 그 손이.
무언가 터질 거 같았고, 부족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는데.
오늘의 세훈이는 아직도 그곳에 있었기에.
해진의 편지에서 해진에게 다가가는 세훈이가 가지고 있었을 그 감정들이
내게 쏟아지는 느낌이어서 세훈이 우는 그 순간마다 나도 같이 울고 있었다.
해진의 편지가 주던 위로.
아주 조금의 죄책감을 씻겨 내려가게 해주는
해진의 말들이 닿지 않아서
유독 세훈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