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26 더 헬멧 - 룸서울 후기
20180126 더헬멧 - 룸서울 / 스몰룸
정원조 손지윤 양소민 이정수 윤나무
1980년 광주에서 '광주 돌아가는 상황을 아는' 중학생이던 떡볶이를 구한 선배.
1987년 서울에서 '학생이 학생이길 원하던' 시고니를 구한 떡볶이 선배.
1991년 서울에서 '후배들은 몸에 불 지르지 않고 싸울 수' 있게 검은 띠를 딴 시고니 선배.
1991년의 시고니의 투쟁은 삼각건을 책상에 두고 나간, 빅룸을 나선 서울 그 이상의 세계의 선동렬에게 넘겨졌다.
'난 졸업을 못 할 것 같다'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이미 남겨질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눈에 눈물이 있는 것도 같았고,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던 것도 같았고.
떡볶이 선배는 처음 쁘락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주 잠시 의심했을지라도,
무서워 떨고 있는 시고니를 본 순간 많은 생각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광주, 시고니의 서울이 맞물렸던 게 아닐까.
그리고 떡볶이의 선택은 옳았다.
시고니는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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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룸 시고니의 성장과 연대가 크게 눈에 띄는 이유는,
87년 처음으로 전투조가 되었을 때 전경에게 머리채를 잡혀서 겁에 질렸었던 시고니가
91년에는 전투조 미친개가 되어 스몰룸에 당당하게 들어오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의 (아마도)거대한 적(프랭크)과 다시 마주했을 때 빅룸을 바라보며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 라고 읊조리고 나가는데
그 시를 다시 읽으며, 자신에게 이 싸움을 넘긴 그 떡볶이 선배를 생각했겠지.
미워하니 보일 것이 보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던 시고니는 선동렬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 방에 단둘이 남았던 순간이 아니라, 처음 커피를 타던 순간부터의 선동렬의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히 선동렬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위해 선동렬을 만나려 했던 것 같았다.
아주 잠깐 흔들렸던 순간에도, 떡볶이 선배의 펜을 보고 자신을 다잡는 것 같았고.
전투조 미친개는 '잡기 어렵다고' 라는 말을 시고니 앞에서 할 때도,
존경의 의미를 담고 미친개라고 부를 때도 그렇고,
네가 너무 이해된다는 말을 할 때도 그렇고.
시고니선배가 선동렬을 바라보는 눈빛은, 이해와 위로 그 이상이었다.
여성의 서사가, 여성의 연대가, 여성이 여성에게 하는 그 말들이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룸서울 스몰을 보며 여성의 서사가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