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809 마이클리 최재림 이영미 지현준
150809 Jesus Christ Superstar
마이클리 최재림 이영미 지현준
신일 수 없는 인간.
오늘 나에게 마저스는 저 단어 그 자체였다.
많이 약하고 또 약한 인간 그 자체.
고통 혹은 수난을 받는 순간들마다
인간이 받는 고통의 단면을 썰어놓은 것처럼 보여주는 거 같아서
짘슈보는데 처음으로 불편하고 힘들었다.
자신이 질 수 없는 십자가를 져야만 하는,
신이 될 수 없었던 신의 아들.
빌라도에게 말하는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왕국, 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것 처럼.
죽음 앞에 초연해질 수 없고, 고통 앞에 이 악물고 견딜 수 없는.
나병환자들에게 자신이 뭘 어떻게 해줘야 하냐고 물을 때와
채찍을 맞을 때 '그만' 이라고 하염없이 외치는 그 순간이.
마저스에게 푸어 예루살렘 가사 그대로 '끝 없이 계속되는 고통과 절망'이 아니었을까.
블러드머니에서 붉은 조명이
지저스의 붉은 피를 뒤집어 쓴 유다 같아 보였는데
오늘 유다데스가 자살보다는 살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지저스는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거라고 말해주지 않았는데
그를 사랑하고 믿고 따랐던 만큼
자신에게 돌아온 사랑의 대가가 너무나 끔찍해서.
재유다가 말하는 속죄는 지저스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었던 것을 후회하는 것 처럼 보일 정도.
당신이 시킨 일을 다했다며 웃는 재유다가 죄책감보다는 지저스에게 배신당해 못 견디는 것 같았다.
당신이 내게 신이라 말했는데, 당신도 그저 그런 인간이었어.
이 감정선이 본공 슈스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말해봐, 왜. 내가 당신을 위해 죽어야만 했는지.
난 정말 당신의 헛된 희망을 위한 희생양이었어?
하고 화를 내는 것 같아서
언젠가 인터뷰에서 봤던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라는게 딱 들어맞는 게 이 날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
개인적으로 마재노선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날은 정말 묘했다.
인간이 인간을 신으로 숭배한 다음
신의 권능이 없는 가짜였다고 말하며
죽게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느낌이었다.
유다데스는 누가 올가미로 끌어당겨서 유다를 죽이는 것 같았고ㅠㅠ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 속이 미식거렸다.
계속 겁에 질려있고, 고통스러워하는 마저스가 너무나 인간 같아서.
겟세마네에서조차 결심하지 못하고 억지로 운명을 순응해서
박수를 칠 수도 없이 몸이 굳었었다.
생경한 경험이었다. 이 날 외엔 느껴보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