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2016

160402 밤 아랑가

LUN 2016. 4. 3. 01:41

160402 밤 아랑가 후기 


강필석 최주리 이율 김태한 김현진 박인혜





도창 


아랑가가 다른 극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판소리인데, 

극의 화자이기도 하고 여러 역할을 하는 멀티의 느낌도 있다. 


쓰인 역사 그 자체가 되어서 화자이고, 백성이고, 때로는 그 위에 존재하는 신 같기도 했던. 

역사를 만드는 것 같았던 아랑가의 도창. 




아랑 


아끼는 것들을 개로 때문에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같은 하늘 아래에 존재하길 바라는 것뿐. 


나락으로 떨어져 '덧없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도미의 목소리에 다시 삶을 찾는 아랑의 드라마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배우. 


아랑 그 자체인 주리아랑. 







아랑가는 개로의 감정이 쌓인 뒤에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절정이 되는 순간부터 극의 색이 달라지는데, 

오늘은 그 순간이 늦게 온 대신에 그 어떤 날보다 더 처절했던 것 같다. 



어찌 울지 않을 수 있는가 - 핏빛 두 눈 


캐릭터들의 갈등이 절정인 이 두 넘버는 언제나 매번 '레전'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오늘은 모든 캐릭터가 자신의 삶을 찾고자 목소리를 높이는데 

그 균형이 맞아 떨어져서 모두가 가여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과거에 붙잡혀 저주를 푸는 구원자를 찾는 개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도림. 

충절에 목숨까지 내놓고서 더 내놓아야 할 것이 있는 도미. 

그리고, 그 모든 걸 빼앗기고서도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아랑. 



도미가 체념하듯, 푸념하듯 한숨처럼 흘려보낸 '죽이시오'가 아니라

어디 한 번 죽여봐라, 하는 배신 당한 후 이를 갈듯 말하던 '죽이시오!!!' 


'폭군이여!!!' 하고 외친 후의 모두의 절규에 진짜 가슴 찢어지는 줄 알았다. 


무녀의 저주가 반복되어 괴로운 개로와 

남은 건 악뿐인 도미와 

눈앞에서 도미를 잃게 되는 아랑. 




모두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에서 사실 행복해지는 건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이 이후의 이야기에서 도미와 아랑은 다시 만나 끝을 함께 하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용당하고, 상처받고 죽어야만 하는 삶. 



이 긴 생을 모두 살아냈는데도 도무지 산 것 같지가 않구나



회전문을 돌다 보면 의무감이라던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감상들에 매너리즘도 느껴지기도 하고. 

극이 하고자 하는 말이라던가, 캐릭터가 하는 대사가 전혀 닿지 않을 때가 있는데 

오늘 아랑가는 달랐다.



그저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것들을 손에 쥐려고 하다가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되는 개로의 진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아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