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두섭 장율 김지현 이원 






-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봐요. 


자신의 내면을 필립이 알아봤다고 생각했는지, 화들짝 놀라던 올리버. 

뒤에 들려오는 작가라는 말에 안심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 공기의 일렁임을, 변화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리가 없어서. 

필립에게 잠 못 드는 밤이 있냐고 되묻던 올리버. 





- 씨발. 


너 지금 저 새끼랑 뭐하고 있냐 올리버. 


딱 이런 공기라고 해야 하나, 

되게 냉랭했다. 

그리고 나치를 위아래로 딱 쳐다보고는 성큼성큼 방으로 들어가는데, 

나치의 '어머나 씨발' 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았고. 


흥미로운 사람 많이 만나거든~ 


하면서 올리버를 보는 나치를 보더니 올리버 보면서 황당해하고. 


올리버를 사랑하는 시간이 매번 이렇게 힘겹고, 황당했고. 

그런데도 그를 견뎌내려고,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올리버를 믿었던 필립.





- 아냐 필립, 넌 나한테… 미안해. 


2막 2장의 실비아가 기만으로,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던 그 삶을. 

17 필립의 등에서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에게 필립이 어떤 존재인지, 자신이 얼마만큼 필립을 사랑하는지. 

필립의 가치관이, 삶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걸 말로 하지 못해서 결국 울음을 토해냈던 17년의 올리버. 


17 실비아의 마음으로. 

상처받은 필립의 등을 보면서, 필립이 떠난 그 자리에 남겨져서 울고 있는 올리버를 보면서. 

상처 주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1막 4장의 실비아처럼. 





- 우린 침묵하지 않아. 미래에도 끊임없이 얘기할 거야. 



다정하고 상냥한 필립. 

실비아를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실비아의 오빠 같은. 

자신의 여동생을 돌보듯 그 옆에 있어 주는 자상한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실비아를 사랑하려고, 지켜주려고, 노력은 했구나. 


그런데 그게 실비아에게, 객석에 앉아있는 나에게 전해지는구나. 


그래서 실비아는 정말 많이 아프고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기만의 시간을, 모른 척하고 넘겨야 했던 필립의 잠 못 드는 밤들을, 악몽을. 

모두 견뎌내려고 하는 그 강인한, 커다란 사랑을 가진 실비아가 너무 아팠다. 





- 올리버, 필립 너무 상처 주지 마. 


냉장고를 채워준 실비아가 나오니까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얘기해' 라고 하기 전까지 옆에서 발을 동동. 


오늘 밤만 곁에 있어 달라고 얘기하면서, 바닥에 엎드려 칭얼칭얼. 


1막 3장은 반대로 올리버가 실비아에게 어떤 존재인지 나오는 것처럼, 

1막 4장은 실비아가 올리버에게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쫓겨나 그렇게 한참을 헤매고 힘들어했을 올리버의 곁을 내내 지켜줬을 실비아. 

엄마처럼, 누나처럼, 친구처럼, 동반자처럼 그 곁에서 내내 올리버의 방황을, 아니 망명의 과정을 함께 해 줬을 실비아. 





- 그 사람들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요. 

당신도 아닐 거라고 믿고 싶군요. 


취급. 

이 말에 내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4개월간의 감정과 시간이, 마음이, 그리고 모든 추억이. 

모두 부정당하고 짓밟히는 그 순간 올리버의 눈물이 너무 아팠다. 





- 난 실비아를 사랑합니다. 실비아도 나를 사랑하고… 


확신 없는 자조 섞인 목소리. 

말하면서 이게 제발 진짜 이길 바라고 있는 마음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올리버 역시도 그걸 알고 있고. 

그래서 1막 5장 가장 마지막의 순간, 

그에게서 등을 돌리기 직전에 올리버의 눈빛이 변한다. 


그 마지막에 올리버의 눈빛에서 읽히던 그 감정. 


'내겐 중요한 일이 벌어졌어요. 난 돌아갈 수 없어.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 안 합니다. 당신에겐.' 


이 대사 그대로. 

그러면서도 그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나가는 올리버의 그 등. 

마치 상처를 주겠다 작정한 사람 같았고, 그리고 그 상처를 고스란히 받은 필립의 울음소리.






*



편견에 싸워 벽을 부수겠다는 피터 역시도. 

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지 못하고, 

이성애자를 위한 게이 섹스라는 실제 의미가 무엇인지 성립하지 않는 문장을 말하고. 

사실 피터의 시선이 동성애 혐오보다 더 나쁜 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불쾌함을 가득 담아내는 올리버의 표정도 시선도 보지 못한다. 

자신이 진보적이고, 깨어있는 사람인 것 처럼 말하기 때문에. 



- 둘이 25년간 같이 살았데. 25년. 사랑이잖아. 


25년이라는 이야기에 올리버가 놀라는 이유는, 

그들의 역사와 사랑에 경의를 표하는 이유는. 

2막 5장에서 아흔 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거 아닐까. 


1년 반이 한평생이라고 생각하는 올리버에게, 

25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리고 더 긴 시간 동안 편견에 맞서 싸우던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역사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술잔을 만지작거리는 올리버의 눈빛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 왜냐면, 난 필립을 정말 많이 사랑해요. 그 사람이 행복하길 원해요.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합니다. 



1막 5장의 필립이 실비아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와 

실비아가 필립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감정이 차 있는 목소리가 다르다. 


올리버는 그때 실비아에게 정말 미안해하고 있고, 끝내는 그 사랑한다는 말에 울고 마는데. 

그리고 울고 있는 그 올리버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믿고 있는 실비아의 믿음이. 

믿음 그 기저에 깔린 올리버에 대한 신뢰와 필립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커서 2막 2장의 실비아는 너무나 아름답다.




*



1막 1장 

율리버 : 저는 델포이로 가고 있었어요

(섭필립 아직도 귀에 손 대고 있음

율리버 : (손을 잡아 내리며) ㅎㅎ내려주세욯ㅎㅎ


1막 3장 

율리버 : 필립을 사랑하니까. 기만할 수가 없었어.

지현실비아 : ㅇㅁㅇ...?...?????....??????????????? 




율리버는 2막 3장에서 실비아 목걸이 고를 때 그즈음만 어색하지 않게, 

급하지 않게 대사 쳐주면 진짜 너무 좋을 것 같고. 


2막 3장 이후 후기가 없는 건, 그 순간부터 다 너무 좋았기 때문에. 


2막 3장의 실비아가, 

2막 4장의 아픈 필립이 말하고자 하는 그 감정들이, 

2막 5장에 올리버를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필립이 다 너무 예뻤다. 





또 지금의 잠 못 이루는 밤들도 가치가 있었다. 


프라이드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올리버가 전하는 델포이의 목소리 때문인데, 

매번 다른 부분이 내게 닿고 들린다. 


당연히 착각이고, 아니겠지만. 

정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내내 울었던 나에게. 

'가치가 있었다' 하는 순간이 정말 내게 눈을 맞추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율리버의 목소리는 내게 델포이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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