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강구에게 주어진 자유는 자신의 의지로 생긴 자유가 아니었다. 

첫 번째 자유인 <내 인생 괜찮은데> 때는 가석방으로 세상에 나왔고 

두 번째 자유인 <악몽rep> 출소의 개념이었다. 


출소한 강구는 '혼자니까 자유'라고 말한다. 

강구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직접 거취를 선택한 적이 없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고, 

(진심은 아니었겠지만) 아빠에겐 외국에는 따라갈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고. 



절벽으로 내몰리는 강구의 삶. 

자신을 옭아매고 혹은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강구는 자유로웠다. 

끔찍하게도. 






남는 것과 떠나야만 하는 것에 대하여 




버킷리스트를 되짚어가며 회상으로, 과거의 현재로 돌아간다. 

강구와 해기의 기억이자 추억을 유영하는 이야기이다. 


별다를 것 없는 10대 소년.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사는 두 소년. 


자신의 불행에 취해 타인은 안중에도 없는 강구와 

자신의 불행이 타인에게도 불행임을 알아 아프지 않은 척하는 해기.



사랑이 결핍된 강구가 삶이 절실한 해기를 만나고, 

해기가 버킷리스트를 지워가게 됨에 따라 강구도 천천히 플라시보 효과를 경험한다. 


늘 떠나고 싶어 하던 강구는 남아야 하고, 남고 싶어하는 해기는 떠나야 한다.




나는 뺄셈에 약하다.

남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따로 또 같이> 신해욱




해기는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있고, 

강구는 남겨지는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강구의 엄마는 어린 강구를 (이유야 어찌되었든) 버리고 떠났고, 

사회에서 문제아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힌 채 도태되어, 구석에 남겨진 채 자라지 못하고 있다. 


해기는 소멸하여가는 육체를, 자신 때문에 무너져가는 가족을, 점점 빛을 잃어가는 생을 보고 있다. 

멀어지는 평범한 삶, 잦아지는 고통에 자신이 곧 떠나야 함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남아있는 강구는 자신을 떠날 수밖에 없는 해기의 마음을 모른다. 

자신이 누군가를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알 수 있게 되겠지만, 극 속의 강구에게 '떠남'은 곧 '남겨지는 이의 상처'다. 


어렴풋이 짐작하고만 있던 때에 해기가 강구에게 말한다. 


- 네가 뭘 알아. 

- 떠나는 사람 마음은 잘 알아. 


해기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향했던 공항이 

사실은 해기와 가장 빠르게 이별하는 길, 

해기의 곁을 떠나는 일인 걸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해기는 강구의 곁을 떠나야만 했다. 

육체는 빠르게 무너져가고 있다.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강구가 일을 만들지 않아도, 등 떠밀지 않아도 '이별'은 필수불가결이었다. 


어쩌면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남은 나날들. 

해기는 웃을 수 있을 때 모두의 곁에서 떠나길 원했다. 

해기는 남고 싶었고, 떠나야 한다는 게 억울했다. 


그래서 '왜' 그랬냐고 묻는다. 


왜 나는 끝까지 신에게 매달려 삶을 구걸해야만 하냐고. 

왜 내 삶은 벌써 끝이 보이고, 네 삶은 더 남아있는 거냐고. 

도대체 왜 아빠를 때려야만 했느냐고, 

왜 내가 웃는 모습으로 너를 포함한 모두와 이별할 수 없게 만들었느냐고. 



강구가 다시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비약이지만) 버려졌고, 남겨졌다. 


홀로 남겨지고 나니, 강구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이 떠나게 되면 강구가 또 혼자 남겨질까 봐, 

강구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하면 강구도 자신도 너무나 슬프고 아플 것 같아서 

해기는 강구에게 편지를 쓴다. 


네 삶도 아름답게 펼쳐질 거라고, 

그러니 나처럼 '왜'냐고 묻지 말라고.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절벽이고, 

뒤를 돌면 캄캄한 어둠뿐인 악몽 같았던 강구가 살아왔던 삶, 


끝이 정해져 있어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사는 것만 같았던 해기의 삶은 


플라시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또 해기의 버킷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특별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고. 


우리는, 강구와 해기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었다는걸. 


서로의 삶에서 '등대지기' 같은 존재였다는 걸.






-




오퍼 실수가 없으니 에스프레소 더블 넘버가 웃기게 엉망진창이더라.

폴라로이드 안찍힐뻔해서 죠강구가 진짜 놀라고, 

여행가방 닫겠다고 낑낑대서 선글라스랑 버킷리스트 적힌 공책 철해기한테 집어던지고 빵터지고. 




오늘 공연은 눈물이 난다기보다는 마음이 아려왔어. 

오늘이 자막이었는데, 유독 눈에 밟히는 장면들이 많더라고. 


강구의 노래 전후로 박제하고 싶었어. 

철해기가 다 가져가라고 억울하다고 울면서, 흉터를 다 보이게 여니까 

죠강구가 셔츠 잠가주려 하고, 다 가려주려 하고. 


강구가 자신의 손목에 있는 흉터를 감추고 가리듯이 

해기의 흉터를 가려주려고 하는데 그걸 철해기가 온몸으로 거부했고. 

결국에는 셔츠도 어떻게 수습하고 가디건도 걸치고 어깨를 꼭 잡아주는데. 

그게 너무 절박하고 아픈 거야. 


얘들은 이렇게,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데. 

살기 위해서 만든 흉터들은 꼭꼭 숨기고 살아야 한다니. 


둘은 서로에게 끝까지 이런 존재잖아. 

계속 상처 주고 상처받고. 치유하고, 또 치유하는. (프라이드 생각나네..)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사는데 이유가 없어도 괜찮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 줄 수 있다니. 

(울었겠지만) 웃으면서 누군가를 보내줄 수 있다니. 



등대가 되어서 누군가의 삶을 지켜줄 수 있다니.




*



초연 때부터 쓰겠다던 총 후기를 이런 형태로 가져오다니(...)

신해욱의 시를 읽고, 저 부분에 대한 건 꼭 텍스트로 남겨두고 싶었어.


공익뮤지컬인 만큼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정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니까.

재연에 들어서서 저 부분이 너무 명확해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초연때 연습실 다음에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라고 말하던게 정말 좋았거든. 





마버킷에서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 그 순간이 

유독 빛나는 건 해기의 넘버들, 특히 등대지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쓰고 있어. 


사실 Why not도 좋아하는데, 가사를 가만히 보다 보니 

극이 하고자 하는 말이 다 담겨있어서 딱히 글로 풀 마음이 안 들더라고. 


오늘 아침에 등대지기 질문글도 있었고, 저번 주에 죠해기 커튼콜 이벤트 못 봐서 이러는 거 아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등대지기는 혼자 고통을 참으면서 했던 생각들이 담겨있는 넘버라고 생각해. 


초연 때는 진통제를 맞으며 잠을 이룰 수 없던 그 어떤 날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 같고, 

재연은…. 

떠날 수 밖에 없어서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인 것 같아.


연습실에서도 이야기 하잖아. 떠나는 사람 마음은 잘 알고 있다고.


초연 때나 지금이나, 남겨진 사람의 질어질 삶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불편하지만..

사실, 마버킷 자체가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과 천천히 이별해야 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초연 때는 갈증에서 등대지기로 넘어가는 순간이 참 자연스러웠어. 

재연 프리뷰를 보고 본공을 여러 번 거쳐도 사실 아직도 이 흐름에 적응이 되질 않아ㅠㅠㅠ 


그런데도, 등대지기 넘버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해. 



초연의 레나 누나는 이벤트 석이기 전에, 해기가 강구를 통해 처음 소개받은 사람이었을 거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내 이야기를 해야만 할 때, 얼마나 긴장될까. 

그런데 해기는 그게 남자가 되는 일보단 더 쉬울 거라고 느꼈나봐. 

다시는 만날 일이 없는, 나와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가끔 죠해기가 이상한 게임을 하자고 할 때 같이 떨리기도 했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는 보꼬해기가 신기하기도 했고,

태기가 또박또박, 아무렇지 않은 듯 코를 훌쩍거리며 이야기할 때 마음이 많이 아팠어.



adieu mon amie 

adieu mon amour


이 부분을 레나 누나가 아닌 사랑 누나와 강구, 

혹은 자신이 사랑했던 그 모든 이들에게 했던 인사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초연의 등대지기가 정말 좋았었는데.




재연 때는 이렇게 해석하기는 조금 힘들더라고. 

먼저 가라고 인사한 뒤 온전하게 사랑 누나의 뒷모습에만 이야기하는 것 처럼 느껴졌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어요, 사랑해요. 누나. 뭐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재연의 등대지기는 사랑 누나에게 되돌아가 도망치지 않는 해기로 기억되고 싶었다고 말해. 

기구한 콘서트와는 맥락이 참 잘 맞더라고. 

그 자리에 사랑 누나를 초대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 테니까.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보내줘야 할 사람이 사랑 누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레나 누나가 아닌, 사랑 누나에게 불러주는 등대지기는 낯설기도 했지만 

썸데이 때 사랑 누나가 갖게 되었을 

죄책감이나 동정 같은 불편할 마음을 사라지게 배려해주는 느낌이기도 했거든. 



동요 등대지기에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이라는 가사가 있어. 


해기가 가진 사랑의 형태가 동요 가사처럼 거룩해서 칭송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잊히길 원하는 게 아니라 기억되길 원하고 있으니까. 

해기의 말대로 사랑 누나가 해기의 마음을 기억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다만 웃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던 해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음으로 기억되고 싶어 했던 건지 

너무나 친절하게 알려주는 넘버가 되어서 조금은 아쉽기도 해.



해기가 극 중에서 유일하게, 

떠나는 사람의 마음이 아닌 남겨진 사람이 되는 부분이라서 

생각할 때마다, 볼 때마다 해기의 마음이 너무 아파 보여서 슬퍼.




150421 




전화할게 


순간적으로 저 말이 되게 다정하게 들렸어.

강구가 해기를, 많이 아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연습실에서 공항으로 가던 그때, 둘은 정말로 친밀한 관계.

어쩌면 진짜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


극 중에서는 처음으로 강구가 먼저 해기에게 연락하는 거였던 것 같아. 

내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잠시 후의 미래를 약속하는 거. 

잔인한 느낌도 들고, 애절한 느낌도 들고.





Why Not 


정확히 어떤 지점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데, 아마 넘버 후반부 쯤? 

바람 소릴 들어봐, 때쯤 이었던 것 같은데. 

해기가 앉아있는 강구 쪽을 보면서 노래하더라고. 


자신의 편지를 강구가 언제쯤 읽을지 알고 쓴 것 같았어. 

강구가 다리 위로 올라갈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래서 바람 소리를 들어보라고 한 것처럼. 


아주 잠깐이지만, 강구가 올랐던 그 다리에 

강구를 보고 있는 해기가 있었어.




그래서 오늘 별로라고 생각하던 그 상황에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극 보는 내내 어리둥절했거든. 합이 안 맞아서. 그리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애드립 하는 거 좋지.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들 찾는 게 회전문 도는데 재미 중 하나인데, 

오늘은 정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생각나더라. 

차라리 모자라게 하지, 하게 할 정도로 극이 늘어져서 좀 지루했어. 


개인적으로 본 페어보다 더 기대했던 크로스 페어라서 정말 아쉬워ㅜㅜㅜㅜ 


아쉽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해기는 해기대로, 강구는 강구대로 감정선이 진짜 좋았는데.. 

보꼬해기, 죠강구 자체로서는 좋은 옷을 입은 캐릭터였는데 

둘을 붙여놓으니까 이게 뭔가, 싶어졌거든ㅠㅠㅠ




난 뭐 모태 양동이도 아니고ㅠㅠㅠㅠㅠㅠㅠㅠ

분명 안좋았는데...


막상 극 끝나고 나서는 별로였는데,

집에 오는 길에 후기 쓰면서 생각해보니까 그래도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밑 후기부터는 조금 긴글이고 약간의 내 얘기가 들어가 있어.




*




초연 때 후기에 썼던 말이 있어. 

마버킷이라는 극이 가진 무게를 변하게 하는 건 강구인 것 같다고. 


강구가 해기에게 마음을 얼마나 주는지, 

얼마나 열었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오늘 페어가 합이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먹먹해졌던 이유는 

죠강구가 지금까지 중에 가장 여린 모습이어서였던 것 같아. (내 기준에) 



거기다가 보꼬해기가 지지 않고 같이 소리를 막 지른 센 해기여서? 

강구가 약한데 강한 척 하는 티가 더 나는 것 같더라고. 


사이비 종교에서 그렇게 센 척 하면서도 해기를 먼저 들여보내고, 

하나도 안 무섭다고 하면서 객석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올 때 정말 겁이 많구나- 싶더라. 



나 대신 네가 죽어달라고 해기가 매달리니까 

그 손을 잡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 

연습실에서 공항으로 향할 때 '전화할게' 하고 나가고. 

소년원에서 나왔을 때 '올 수가 없지.'하면서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걸어가던 그 순간, 해기와 옷자락조차 스치지 않던 거.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믿었던 사람이 다시는 자기 곁에 올 수 없음을 알았을 때. 



그래서 많은 부분이 별로였어도, 

Why not에서 해기가 강구를 위로하는, 

혹은 곁에 있는 것 같은 그 순간 때문에 

페어가 별로여도 합이 안 맞아도, 자꾸 보고 있는 것 같아.





*



늘 왼쪽에서 보다가 오늘은 오블에서 봐서 해기의 표정이 더 잘 보여서 였을까? 

자꾸 초연이 생각나는 거야. 



너야, 넘버에서 꽤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겨우겨우 표정관리 하고 

너의 시간을 내게 빌려달라고 말할 때. 

쓰레기가, 쓰레기장에서 말할 때. 



초연을 보는 내내 나는 해기에게 혼이 나는, 질책당하는 느낌이었어. 

나는 이렇게 살고 싶어하는데 너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고. 


강구에게 너의 남아도는 시간을 빌려줘, 가 아니고 

그 시간 그렇게 쓸 거면 달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고. 


나에게도 그렇게 살 거면 너의 삶을 줘, 라고 하는 것 같아서 매번 마음이 아팠어. 

그러다가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맨날 말만 한다고 할 때는 그 말이 비수가 되어 

강구가 아니라 내 가슴에 꽂히기 일쑤. 


그래서 매번 보러 갈 때마다, 난 아프고 우울해지러 가나, 라는 생각도 했었어. 



삶을 사랑하고, 주위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빠르게 파괴되어가는 육체와 내달리는 삶을 가만가만 주워담아 건네는 해기. 

사실 이렇게 금방 돌아올 줄 몰랐... 지만, 

이번 재연에는 초연 때처럼 삶을 만져주던 느낌이 안 나서 좀 묘했는데. 


오늘은 재연 들어 처음으로, 

해기에게 혼나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네. 





우리 아마 콘서트는 못하겠지? 

최강구, 내가 너를 만난게 얼마나 축복인지 몰라. 



강구의 삶을, 강구를 온전하게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해기. 

강구를 자신의 축복이라고 말해주는 다정한 해기가 오래도록 그리울 것 같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쌓여있던 너의 외로움과 슬픔을 다정하게 안아줄 사람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강구의 노래 




기억해 혼자 부르던 나의 노래, 누군가 들어주길 바랐던 나의 노래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해기에게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것 처럼 보였다. 

아예 해기가 나간 쪽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세상에 덩그러니 남아있고, 자신을 향해 수근거리는 시선들을 받아내면서 외롭다고 외쳐야하니까.



누구도 원하지 않는 나의 삶. 



삶의 형태를 포함해서 강구의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어느 누구의 인정도 사랑도 받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강구. 


소년원에서 나와 새 삶을 시작하려했으나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었는데.

털어놓을 곳도, 마음 둘 곳도 없던 찰나에 만나게 된 해기. 



누군가 들어주길 바랐던 마음. 



이 가사가 강구가 포스터 들고 나가는 그 순간 까지 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맨 마지막인 기구한 콘서트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둘의 역사를 이야기 할 곳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그게 기구한 콘서트라는 버킷리스트의 옷을 입은 거고. 



악몽 rep 


뮤지션들의 클라이막스

하고 작게 읊조리는 순간, 알겠더라. 

강구의 의지로 하는 선택이 아니라 내몰렸을 뿐이고,

뮤지션들의 삶을 답습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거였어. 

그리고 강구의 노래에서 '멈추고 싶어' 라고 말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깨닫게 되었고. 



-




오늘 페어 합도 좋았는데 강구의 노래가 점점 더 드라마틱 해지고 있는게 느껴졌어. 

초연때부터 좋아했던 이 넘버는 죠강구가 되는 순간부터 또 아픈 손가락 넘버가 되었네ㅠㅠㅠ


많이 보는 건 아니지만, 강구가 유독 더 무너지고, 더 말랑거린다. 

유독이 아니라 점점 더라고 해야하나.


울기도 많이 울었어. 특히 와이낫 때.


'축복'이 강구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던지는 말 같아서. 

시국도 시국이라서 세월호도 생각이 났고, 

또 한동안 힘들어하던 나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해서.

눈물이 많이 나더라...

 

사실 처음 보는 성철해기라서 걱정 많이 했거든. 

초연때 팽팽 돌고 재연 첫공때 충격을 많이 받아서 자제 하고 있었는데, 오늘로 봉인해제 당했어. 


오늘 이 페어가 놀라웠던 이유는

해기 같아보였던 죠가 강구로 온전하게 보였고

초연 배우가 아니라서 걱정했던 배우에게서

전혀 위화감을 찾아 볼 수 없어서 였던 것 같아. 


성공적인 크로스였어.


초연이 해기의 이야기인 버킷리스트 자체에 포커스를 둬서 해기가 주가 되는 스토리였다면,

재연은 강구의 이야기를 더 들려주려 했던게 눈에 띄더라고. 


그 변화중에 특히 소년원 씬.

초연부터 가장 궁금했었던 부분이던

해기는 강구가 왜 아빠를 때렸는지 알고 있었을까? 에 대한 의문이 이번에 확실하게 풀렸어. 

더 친절해졌고, 그 친절함은 과하지 않았지. 


강구의 독백을 듣고 있는 무너져버린 해기가 강구를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포스터를 붙이고 가. 

사실 미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근데!!!

제일 처음 경찰서에서 하는 독백이자 취조씬은 

마지막에 강구가 또 다른 가족을 만나는 걸 암시하기 위해 까는 복선이라기엔

촌스..러운 느낌이라기보단 다른 극 소환.


웃기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해서 

초반에 극몰입이 아예 안되서 힘들었어. 


콘서트 준비하면서 앞으로 즐거울 일들만 가득할거라고 말하는 강구를 보는데 이건 뭐 운수좋은날도 아니고...



*



해기는 글을 쓴다는 바뀐 설정 좋더라.

랭보의 시 이야기도 하는 걸 보면 어느정도 문학적 소양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아무나 곡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해기의 가사와 강구의 목소리로 기억될 마이버킷리스트. 


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도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삶에 절박한 캐릭터들에게 더 마음을 많이 주는 편이야. 

그래서 해기의 바뀐 몇몇 모습들에 더 마음이 많이 갔어. 


소년원에서 강구 얘기 듣다가 무너져 내려서 울던 거. 


특히 사랑누나에게 등대지기 불러주는 거. 

사랑누나가 있어서 자신은 행복하고 설렜다며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웃고 있던 거.

삶에서, 사랑누나의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던 해기가,

사랑누나가 자신을 웃는 모습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면서

되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강구에게 공항으로 가보라고 이야기하는데 

강구가 네가 뭘 아냐고 물으니까 

'떠나는 사람 마음은 잘 알아' 하는데 진짜 울컥. 


떠나야 하는 사람과 떠나야만 하는 사람.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 

아마도 해기는 이 이야기를 강구에게 하고 싶었겠지.



*


레나누나는 없어지고 사랑누나만 남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어. 

잡다한 이벤트석의 느낌도 없고....

가장 좋았던건 사랑누나에게 등대지기를 불러주는 해기. 


사이비종교 끝나고 계속 이어지는 곡이 그 와중에 슬프고 예뻐서 놀람. 


사랑누나에게 주는 예쁜 꽃다발!!!!!!!!!! 

그래 이렇게 피드백을 해라 라이브!!!!!!!!!! 


근데 노란 붕붕이 내놔.

씽씽이 그거 아니야. 쌍라이트 씽씽이 안돼.

그리고 런때 조명 보고 있으니까.. 여기가 사이비종교인가 싶음. 

정신집중효과????? 텅장을 더 털으라는 건가..싶은 이상한 원형 조명.


계단은 자꾸 루케니 생각나고, 불안불안해보임. 


페어마다 의상 조금씩 다르다고 하던데.. 

오늘 꼬덕은 2005년을 배경으로 한 마이버킷리스트 같았어ㅠㅠㅠ

돌아와 초연 의상ㅠㅠㅠ


커튼콜 바뀐거 흥겹고 즐겁더라.

근데 찍덕들 힘들어보였음... 조명이 휙희구히귁휙. 

내 인생 괜찮은데 - 런 

본극에선 멘탈 뿌셔뿌셔되고 커튼콜에선 박수치는게 나는 매번 힘드네ㅋㅋㅋㅋㅋ 



*



초연의 긴 무대가 그리워질 줄 몰랐어.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쌓여서 해기와 강구의 이야기가 되던 그 선반이 보고 싶다. 

전체적으로 동선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고, 

무대를 강구와 해기 둘이서 열심히 채우다보니 휑 한 느낌이 많았어. 


난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솔직히 재연에서도 맘에 안드는 부분이 좀 있었어. 

의상, 휑한 무대, 뜬금없는 계단, 안예쁜 버킷리스트적힌 조명(눈에 한번에 보이지만 연습장 모양 돌아다니니까 산만함) 

그리고 할인율.. 덕영업 하려면 재관람 25%나 30% 해야한다고 생각함. 나 조차도 고민하게 되는데(..) 


해기와 강구 둘 중 어느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애를 쓴 티도 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버킷은 사랑..이었어. 


150103 마이버킷리스트

이규형 이지호 




강구의 이야기 


강구가 마음을 여는 정도에 따라서 마버킷의 무게가 다르다고 쓴 적이 있어. 

12월 말 즈음부터 뀨강구는 해기에게 마음을 많이 주는 것처럼 느껴졌어.


사실 해기가 조금 더 마음에 남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둘 다 너무 아프고 짠하더라. 


강구는 아빠가 자신을 핏줄이 아닌 '정리대상'이라고 여긴다고 생각해. 

극 중에서도, 강구를 한국에 두고 강구의 아빠는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난다고 말하고.  


'나 이제 여기 못 와' 라는 해기의 말의 이유를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애꿎은 화풀이를 해. 


너한테도 내가 끊어내야 할 대상이냐고. 너한테도 내가 정말 필요 없는 거냐고. 


사실, 필요 없다는 말은 다 거짓말인데. 

강구에겐 아빠도 필요하고, 해기도 필요한데. 

누군가의 삶에서 배제된다는 일, 혼자 남는다는 것, 강구는 그게 정말 무섭고 두려운건데. 


그런데 해기는 이미 다 알아서, 강구에게 억지로 편지를 쥐여주고 '너 나가는 날 마중 나올 거야' 라고 말하며 정말 옅게 웃어.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는 것처럼. 


'너 나가는 날 마중 나올 거야' 


강구는 이미 한 번 기다렸어. 아빠를. 그리고 오지 않았어. 

마중이라는 말의 무게를 강구는 잘 알고 있어서 해기가 가고 난 뒤에야 고개를 돌려서 해기가 나간 방향을 봐.



- 네가 내 친구에 대해 뭘 안다고... 

   화가 나서 그건 진짜 못 참겠더라. 그래서 그랬어 이 새끼야. 미안하다.



마버킷을 볼 때마다 정말 알고 싶은 부분이 있어. 

해기는 강구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강구의 진심을. 강구가 아빠를 때린 이유를. 

해기는 마지막까지 강구를 원망하진 않았을까... 오늘은 정말 알고 싶었어. 


해피엔딩을 위해서는 해기의 아빠를 통해서든, 혹은 편지에든..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관객의 상상으로 채우기에는 조금 벅찬 부분인 것 같아ㅠㅠㅠㅠㅠㅠㅠ 


강구는 소년원에서 해기에게 화를 낸다기보단, 누군가가 정말로 필요해서. 

절실하고 절박해서 괴로워 울부짖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언젠가는 해기와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는 걸, 연습실에서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그 시간이 너무 빨리 찾아온 거고, 아직 둘 다 준비가 안 되어있었고. 


소년원에서 나와서 

'너 나가는 날 마중 나올 거야' 라는 말이 가진 무게를 실감한 순간... 

한동안 자리에 앉아서 해기의 이름을 불러. 





기구한 콘서트


이해기 듣고 있으면 대답해, 라고 말했을 때  

극 시작할 때처럼 해기가 대답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웃기만 하더라고.


그런데, 늘 의자에 앉아서 바라보던 해기가 조용히 강구의 뒤로 가서 

조용히 입 모양으로만 따라부르다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라. 

진짜, 해기와 강구의 기구한 콘서트였어.

해기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강구의 첫 버킷리스트를 둘이 함께 한 거야. 


마지막 주에는 덤덤하게 극을 보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왈칵.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1. 파오리

2. 몸으로 말해요 - 오유

    이비에스에서 봤어요

3. 쓰레기가 쓰레기장에서!!! 할 때 무섭게 왜 웃냐고...ㅠㅠ

4. 이제 나같은거 필요없다 이거냐? 정리대상이야?

   갖고 꺼져. 너 같은거 필요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강구야 왜 이래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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