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3 : 유다가 환상을 이야기하고 예수가 응답하다
유다가 말했다. "선생님, 당신이 그들 모두에게 귀 기울이신 것처럼 제게도 또한 귀 기울여 주십시오. 왜냐하면 저는 위대한 환상을 보았습니다."
예수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너 열세번째 영아, 왜 너는 그렇게 힘들게 애쓰느냐? 그러나 말해보아라, 그러면 내가 참고 들어주마."
유다가 그에게 말했다. "환상 가운데 저는 열두 제자들이 저에게 돌을 던지고 저를 [심하게] 박해하는 저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한 당신을 따라 [....] 곳으로 갔습니다. 저는 [한 집을....] 보았는데 제 눈으로는 그 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위대한 사람들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었고, 그리고 그 집은 푸른 잎으로 된 지붕이었고, 그 집의 한 가운데에는 [군중이 있었습니다. -2행 누락-], 저는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 사람들을 따라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예수가] 대답하여 말했다. "유다야, 너의 별이 너를 타락시켰다." 그가 이어 말했다. "죽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네가 본 그 집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그 곳은 거룩한 이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기 때문이다. 해와 달도 그곳을 다스릴 수 없고 낮도 그러하다. 그러나 거룩한 이들이 영원한 세계인 거기에서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항상 살 것이다. 보아라, 나는 네게 그 나라의 신비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그 별들의 죄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그리고 [...] 그것을 열두 시대들{에온}에게 [...] 보낸다.
유다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 묻다
유다가 말했다. "선생님, 제 후손들이 그 통치자들의 다스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수가 대답하여 그에게 말했다. "오라, 나는 [-2행 누락-], 그러나 너는 네가 그 나라와 그 모든 세대를 보면 많이 슬퍼질 것이다."
유다가 이 말을 듣고 그에게 말했다. "내가 받아들인 그것은 좋은 것입니까? 왜냐하면 당신은 저 세대를 위해 저를 떨어뜨려 놓으셨습니다."
예수가 대답하여 말했다. "너는 열세번째가 될 것이며 다른 세대들에 의해 저주받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들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마지막 날에 그들은 네가 거룩한 [세대]로 올라간 것을 저주할 것이다.
- 유다복음 중에서
Overture와 Heaven On Their Minds를 보고 있자면
Judas' Death에서 유다가 그의 이름을 부른 후 보는 플래시 백인 것 같기도 하고,
유다 복음에서 자신의 운명에 관해 묻는 열 세 번째 별인 유다가 본 환상인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은 저 세대를 위해 저를 떨어뜨려 놓으셨습니다.'라며 옅게 웃었을 유다 복음 속 유다.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추종자, 혹은 그를 외면하던 군중들.
그가 십자가를 진 모습을 보고 손을 뻗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
거룩한 성인이 될 수 없었던, 그의 뜻을 존중하는 예의 바른 배신자.
이미 정해진 그 결말을 향해, 자신이 본 환상을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 유다는 지저스를 향해 손을 뻗는다.
평생 벗어나지 못할 죄책감의 굴레 속에 무릎 꿇고 주저앉는다.
'모든 게 분명해 결국 당신은 마지막 결정을 내렸어'
고개를 들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유다.
Damned For All Time - Blood Money 내내, 그리고 Judas' Death에서도
자신이 지저스를 파는 게 정당함, 혹은 어쩔 수 없었음-을 인정받고 싶어 했다.
아니 최소한, 그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소리를 내지르는 것 같았다.
당신이 내 말을 들어준다면 나는 이러지 않을 거야, 하고 시위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기 어린 날도 있었고,
너무나 간절하게 이 선택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음을 명백하게 보여준 날도 있었다.
지저스의 실루엣이 보이자 불장난하다 들킨 아이처럼, 자신의 손에 달린 그의 목숨 값을 들고 고민하던 유다는 화들짝 놀란다.
그가 계산하고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 어떤 것과 지저스, 혹은 자신의 목숨과 견줄 수 있었을까.
그가 보고 놀랐던 건 무엇이었을까.
극에서 그의 앞에 보이던 지저스 모습 그대로였을까, 그 돈이 가져올 자신과 지저스의 미래였을까.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유다의 얼굴은 진짜 그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다.
스승을 배반하고, 자신의 죽음을 향해, 지저스의 피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지저스는 예언대로, 유다가 본 환상대로 자신의 못 박힘을 유다에게 알려준다.
The Last Supper에서 팔을 들어 너의 모든 걸 다 이해한다는 듯 한 자세 같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이게 네가 하게 될 일의 대가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당신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부짖는 유다.
회계인 유다는 득과 실을 따지는 게 누구보다도 익숙했을 거다.
그런 유다가 믿음 때문에 자신이 얻는 것 하나 없는 배반을 한다.
기꺼이 당신을 위한 배반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배반. 믿음이란 이렇게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것이다.
그 사람을 배신하는 것만이, 그 사람을 위해 유다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였다.
당신의 피, 당신의 기억. 그 어떤 것도 잊을 수도 없고, 등을 돌려 걸어갈 수도 없다.
자신이 그가 말하는 배신자라는 그 말은 삼킬 수 없이 뜨거워서
잔을 만지작거리다 부어버리고 그를 향해 쏟아낸다.
단순히 지저스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일까, 아니면 그가 구원을 위해 죽으려면 자신이 그를 배반해야 함을 알기 때문일까.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 때문에 스승을 배반하는 게 아니라, 그의 뜻을 따르기 위해 그를 반하는 선택을 한다.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오로지 단 한 사람만을 위해 내린 그 선택 때문에 너무도 슬프고 서럽게, 아프게 울며 그의 곁을 떠난다.
날 받아줘요, 지저스.
그가 체포된 후 자신을 향해 내젓던 고개, 그를 구하려던 자신을 막아서던 손을 보고 자신의 선택을 다신 되돌릴 수 없음을 알았을까.
자신 때문에 그가 당하는 고통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시는 다가 갈래야 다가갈 수 없는 그분의 곁.
한참을 울다가 자신의 감정이, 자신의 울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것이 사랑이냐고 묻는다.
유다가 어쩔 줄 모르는 그 마음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로 인간과 인간의, 혹은 인간이 신을 동경하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 일컫는 걸까.
죄책감, 원망, 분노, 실망, 두려움.
그 모든 걸 다 이겨내는 유다의 순종이 가진 의미는 뭘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를 존경하고 그를 따르고 싶었는데 당신이 시킨 일이기에, 당신이 명령했기에 따르겠다고.
당신의 말이라면 종내에는 거부하지 못하고 따를 것을 알았기에 당신이 날 선택한 거라고.
자신들을 구원할 수 있었던 왕.
자신이 사랑했으나 자신이 죽게 할 스승.
Judas' Death에서 유다의 울음에 뒤섞인 감정들의 정체는 극이 끝난 지금도 명확하게 결론 내리지 못 했다.
내가 가진 종교의 가르침과 다르게 유다에게 동정 혹은 연민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마, 죽기 전 부르는 그의 이름 때문이었을 것이다.
The Last Supper에서 만찬장을 떠나는 자신의 등 언저리에 붙어있는 지저스의 시선은 느끼지도 못하고,
발치에 엎드려 우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말아 쥐던 그 지저스를 보지 못 했던 것,
병사의 창에 맞을 그를 차마 볼 수도 없어서 고개를 돌리던, 창에 맞은 그에게 닿지 않을 손을 뻗던 지저스를,
단 한순간도 유다를 미워하거나 그의 존재를 부정하질 않던 지저스를 몰랐다는 것,
그런 그를 모른 채 마지막까지 그를 생각해야만 했을 유다.
그 단 한 가지 때문에 JCS 속 유다를 볼 때마다 그가 아팠고, 안타까웠다.
지저스, 하고 옅게 웃는 유다가 겟세마네의 '내가 죽어 얼마나 더 대단한 걸 갖게 되나요'라는 가사 같아 보여서 마음이 먹먹 할 때가 많았다.
생의 마지막, 저주와 원망을 쏟아내어도 될 자리에서 지저스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에게는 닿지 않았을, 들릴 수 없었던 비통과 회한이 뒤섞인 목소리.
자신의 죽음이 억울하고 무서웠을 텐데, 그의 생각만 한 건지 죽기 전에 하는 말이 지저스라니.
신념을 빼앗긴 것은 건강이 없어진 것처럼 죽음의 꼬임을 받기 쉬운 경우라고 했다.
그 이름을 원망했을까, 저주했을까.
아니면 더 사랑하지 못 했던 게 후회스러웠을까.
유다의 배반은 철저하게 신이 시켜 행한 일이었다. 지저스에게는 그의 신. 유다의 신, 유다의 지저스.
Judas' Death의 ‘당신이 날 죽이는 거야’는 가끔은 그에게,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한가득 원망과 아픔을 담고, 당신이 말하던 대로, 내가 본대로 모든 게 이루어질 거라고.
당신이 시킨 일은 우리가 모두 죽는 길이었고, 지저스의 죽음으로 나의 생은 영영 저주받게 되는 거라고.
당신이 보여준 대로 나는 죽어. 당신이 날 죽이는 거야.
당신이 날, 배신자를. 당신만을 위한 희생양을.
당신이 날 죽게 만드는 거야. 지저스를 따르던 나를.
그가 칭하던 당신이 무엇이든 간에,
지저스가 신임을 인정하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이 자신의 자살임을 유다는 알고 있었다.
표백에 인용된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구절처럼 '최초에 그것을 자각한 자는 반드시 자살해야 한다.'가 유다의 세계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유다의 상처를 의도적으로 조장해 분노를 만들어 배신을 정당화시켜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이 인간에게 상처를 내는 것과, 인간이 인간에게 상처를 주는 것의 차이는 물론 있었지만.
지저스가 전지전능한 신인 줄 알았다.
모든 것을 초월한 신 그 자체라서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는 것에도 초연한 모습일 줄 알았다.
1막의 지저스는 유다에게 자신을 배신할 초석을 깔아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건
마리아와 추종자들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만 유다와 시선이 맞으면 세상 그 누구보다 서늘한 얼굴을 보이던 모습 때문이었다.
지저스는 수십 번 자신의 죽음을 예고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 속에서
모든 걸 다 알고 행해야 하는 유다가 배반을 고뇌할 때 그의 심장에 손을 얹고,
믿음을 저버리는 척, 모르는 척해서 유다가 자신을 팔아야만 할 이유를 만든다.
유다가 흔들리고 있는 걸 알았기에, 지저스는 그가 가야 할 길에서 그의 등을 떠민다.
자신이 계속 상처를 내 등을 떠밀어야 하는 그가 안타깝고 가여워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자신의 발치에 엎드려 우는 그에게 손을 뻗고 싶어 하고,
재판 직전, 유다의 죄책감을 덜어주려는 듯 결국 그에게 손을 뻗지만 닿지 않는다.
유다의 배반마저도 철저하게 계획한 단호한 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언젠가부터 그가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7월 후반부터 지저스가 다 그렇게 느껴지던 순간들이 많았다.
9월에 합류한 재저스는 내겐 너무나 특별한, 내가 바라던 신으로 오해받은 인간 그 자체였고.
인간으로서 신의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걸 알았던 건 Blood Money에서 유다가 자신에게 매달려 울고,
자신의 발치에 엎드린 그에게 차마 손을 뻗을 수 없었던 그 순간.
자신이 사랑하는 제자를 등지고 지나쳐 가서 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그의 목숨과 손에 박힐 못 자국을 보던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지저스의 말아 쥐는 손을 본 그 순간 그가 유다를 사랑하고, 그를 안타까워했음을,
그는 분명 마음을 가진 인간이었음을 알았다.
Poor Jerusalem에서 이미 자신의 죽음만이 구원을 향한 길임을 알고 있었다.
The Temple에서 인간 지저스로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은 이미 허용치에 달해서 이제 내가 뭘 더 해줘야 하느냐고 울었는데,
그 울음이 자신의 운명을 순응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았다.
자신이 아직 인간임을 인정하고 자신을 잊을 그들을 위해 죽어야 함을 인정하는 첫걸음.
이 고통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되나요.
Gethsemane에서 제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지저스는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것 같았다.
앞으로 다가올 침묵과 어둠의 시간이 무섭고 두려워 보였다.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이, 자신이 당해야 할 매질이.
자신의 수난과 군중들의 조롱이. 유다의 배반과 사랑하는 그의 죽음이.
자신의 죽음이 도대체 자신의 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 건지 대답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울었다.
인간이 신으로 만들어지는 게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잘 지켜보라고, 당신을 위해 내가 신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유다의 계획과 자신이 해야 할 일,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하늘에 계신 그분의 뜻까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로 인해 강제로 구원이라는 십자가를 짊어졌다.
전지전능한 신의 인간을 향한 사랑 때문에, 기적과 구원을 바라는 추종자들 때문에 신으로 오해받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던 제자 단 한 명도 구하지 못 해서 지저스는 악에 받친 채로 구원의 십자가와 대면하는 것 같았다.
만인을 위한 구원의 길.
표백의 문장처럼 누군가 한 명은 그들을 위해 죽어야만 했다.
유다는 지저스를 위해 죽었고, 지저스는 그들을 위해 죽어야만 했다.
지저스는 수천, 수억만의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살해당하는 것 같기도 했고,
몇 번이고 도우려는 유다를 손으로 막아내고, 자신을 살리려는 빌라도의 손도 뿌리친다.
자신의 운명을 감당하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린 자살 같기도 했다.
자기 자신과 유다는 구원할 수 없었던, 신의 권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인간.
무능하지 않고 무력했던 유다만의 신.
지저스와 자신의 신념을 믿었다. 열두 제자는 지저스가 가져올 영광을 믿었다.
지저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믿었다. 그리고, 자신이 메시아임을 믿었다.
믿음이란 이렇게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것이다. 약한 인간이었던 지저스를 자신에게 예언된 길을 걷게 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