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윤나무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
- 거기 하고 싶은 말 입력하면 대신해준다?
로빈이 조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 트와일라의 저 말이 내내 맴돌았다.
태블릿 pc에 입력할 줄 알았다면,
로빈이 조이를 보고 뒤로 물러서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내가 가진 편견이었다.
로빈이 자신이 가진 편견을 허물고, 제이크에 대한 애정을 더 키우며 침대를 내보내는 일을 할 수 있었고.
조이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기 때문에, 제이크에 대해 더 이야기 하고 싶었던 로빈은 조이와 함께 춤추는 강을 읽을 수 있었다.
- 괜찮아요.
아이를 키우며 성장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쩌면 로빈은 유산했던 둘째 아이를 키우는 마음으로 조이를 키웠을 거고,
조이는 제이크가 줬던 사랑을 다시 곱씹는 계기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마다 서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춤추는 강을 읽으며 로빈과 조이는 몇 번이나 울음을 삼켰을까.
그리고, 조이는 춤추는 강을 읽어주는 로빈에게 몇 번이나 로빈에게 괜찮다고 말했을까.
정확하지 않은 발음이지만 '괜찮아요'라고 말하던, 그러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던 조이.
목소리가 전달하는 따스함과 위로를 선택한 조이가 너무나 고마워졌다.
-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사랑해, 트와일라.
트와일라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 같이 무너져서
울음소리를 삼키느라 듣지 못했던, 정확히 말하면 어디쯤인지 알지 못했던.
안락사를 결심한 후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고통에서 벗어나기로 한 후, 무너진 트와일라를 다독이는 제이크의 괜찮을 거라는 말에 또 눈물이 흘렀다.
그 빈자리를, 또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견뎌야하는 트와일라에게 제이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
자신이 괜찮다는 건지, 남아있을 트와일라가 괜찮을 거라는 건지.
스터디 가족이 쌓아 올린 특별한 조이의 성(城)
그 반짝거리는 성의 몰락을 지켜봐야만 하는 게,
슬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거품처럼 꺼지는 그 성의 무너짐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 같다.
늘 괜찮아야만 했던 트와일라의 곁에 이제는 트와일라를 이해해주는 라우디가 있으니 괜찮아질 수 있겠지, 라고 나를 다독여야 할 정도로
너무나 슬프고 또 아팠다.
-
어제 춤추는 강을 읽어주는 로빈에게 괜찮아요, 하고 말을 건넸을 때 정말 작게 말한 것 같은데
그 어떤 때보다 나에게 닿은 괜찮다는 말 때문에 눈물이 터져서 한참 고민했다.
그래서 후기의 흐름은 괜찮다, 라는 말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오른쪽에서 볼 때는
마지막 고통의 순간(졸업식 가자고 하고 제이크가 아파서 침대에서 고통스러워할 때)
제이크와 로빈, 라우디, 트와일라만 보였는데
왼쪽에서 보니 조이의 표정이 정확히 보였다.
그것도 고개를 들면 바로 조이가 보여서 멀리 보고 싶었는데 조이가 걸쳐져서 보이니ㅠㅠㅠㅠ
트와일라가 아니라고 울며불며 매달리는데 조이도 보이고 트와일라도 보이니 심적으로 고통이 어마어마...
그 고통을 이해하고 느끼지 못해서 멀찍이 떨어진 게 아니라
그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너무나 아파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게 보여서.
그래서 그런 조이를 보면서 울음을 참느라 배에 힘을 줬는지 오늘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너무 아팠다.
괜찮을 거라는 말이 가진 수많은 온도를 지이선의 작품을 보면서 배우고 있다.
초재연 프라이드로 많은 위안을 받았고. 정확히 하면 초연이지만.
킬미나우를 보고 처음엔 잘 모르겠다, 는 생각뿐이었는데
어제 낮에는 위로를 받고 나왔다.
실컷 울어서 그럴 수도 있고, 대사에, 극에 위로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그 수많은 괜찮다는, 괜찮을 거라는 말중에 어디에 위로를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 위로의 정체가 아직은 정확하지 않지만…
나는 춤추는 강 위에 뜬 고무오리와 함께 그 정체를 찾아 긴 여정을 시작했다.
사실, 이 여정이 부디 빨리 끝나길 빈다.